성경을 잘라서 읽으면, 요리가 달라진다. 쓴맛을 달게 만들고 싶은 유혹

나에게 힘을 주시는 분 안에서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
필리 4,13

정말 많은 곳에서 인용되고, 또 위로와 격려를 낳는 위대한 구절이다.
하지만 이 구절을 잘라서 위안을 삼다보면 중요한 것을 놓칠 때가 있다.

나는 비천하게 살 줄도 알고 풍족하게 살 줄도 압니다.
배부르거나 배고프거나 넉넉하거나 모자라거나
그 어떠한 경우에도 잘 지내는 비결을 알고 있습니다.
필리 4,12

어떤 처지에서도 살 수 있는 비결,
그것이 바로 힘을 주시는 그분 안에서 가능하다는 말씀이다.

내가 원하는 것, 나의 어떤 뜻과 지향을 위해서
힘을 주는 그분 안에서 모든 걸 할 수 있다고 격려를 땡기고 싶지만,

사실 이 구절의 본질은..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던 아니던,
성공하던 망하던 상관없이 잘 살 수 있는 힘.
그것이 바로 믿음의 삶이라는 것이다.

성경을 잘라서 읽으면 안되는 이유는
이렇듯이 위로를 만들어 쥐어짜고 싶은 유혹이 있기 때문이다.
쓴 맛을 달달하게 맛보고 싶은 마음,
달달한 것만 쫓는 개미가 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비슷한 구절이 하나 더 있다.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
마태 28,20

예수님께서 끝날까지 함께 있겠다는 상콤한 말씀!
하지만 이 구절 앞에 하신 말씀은 종종 모자이크 처리가 되곤 한다.

나는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을 받았다.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
마태 28,18-20

1)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을 것
2)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줄 것
3) 예수님이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할 것’

이 무시무시한 명령을 하달하시고는,
무시무시하다고 쫄지마라, 내가 끝까지 함께할거니까…
…하고 츤데레 같은 리더쉽을 보이며 슝- 올라가셨다.

우리는 지금껏, 세례를 주는 것까지는 무탈하게 잘 해왔지만
신자로 만들기만 했지 제자로 살아가게 하는데는 부족했다.

탁월한 몇명만 뽑아서 제자로 삼는 게 아니라, 모든 민족이다.
중요한 몇가지만 대충 알려줄 게 아니라, 명령한 모든 것이다.
가르치고 배우면 장땡이 아니라, 지키고 살라고 하셨다.

어렵다. 겁나게 어렵다.

오늘 복음에서처럼, 아무나 불러오라해놓고는
그 안에서도 준비가 안된 이들은 다시 쪼까내지 않던가..

잔칫상은 이미 차려져 있다.
왠지 모두 같이 한 식탁에서 만날 거 같지만,
선택된 이는 결국 적다. 게다가 문도 좁다.

어찌나 어려운지,
신앙 그 자체가 ‘십자가’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래서 주님께서 말씀하신거다.

‘걱정마. 내가 끝까지 함께 있을거니까.’

 

그래서… 바오로 사도가 이리 말할 수 있었던게 아닐까?

‘뭐가 됐든.. 그분이 함께 있으니까, 그 힘으로 다 해낼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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