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성 토마스 축일

주보성인인 토마스 사도의 축일을 맞아, 다른건 못해도 미사는 드려야지 않겠나. 아침 일찍 남의 동네 성당엘 갔다. 현재, 이곳의 지역교구는 성당 규모에 따라 미사 참석 인원이 제한이 되며, 미사 참석 여부는 미리 사인업을 해야만 가능하다. 지난 예수성심대축일 때 처음으로 남의 본당에 사인업 해서 갔었는데, 이번엔 하루 전날 신청한거라 될까 싶으면서도 메일을 보냈는데 2시간만에 너그럽게 받아주셔서 갈 수 있었다.

희안하게 이 성당은 신부님이 입구에서 명부 체크를 한다. 지난번도 그러더니 오늘도 그런다. 그런데 신부님이 날 보자 마자 알아보고는 “Thomas? Have your feast day!”라며 이름을 말하지도 않았는데 명부 체크는 물론 축일 축하 인사까지 해주셨다. 나는 여기 본당 신자도 아니고 오늘이 두번째 사인업이었는데…

그보다도, 사인업할 때는 official name인 ‘Taeyoung Yoon’으로 적어냈는데 내가 Thomas 인걸 신부님이 어찌 알았을까? 음… 아마도 이메일 사인업을 신부님이 직접 받고 관리를 하는가 보다. 내 이메일의 이름이 Thomas 로 되어 있고, 발신 서명에 Thomas Yoon 이라고 적어놓았으니까…

신부님이 직접 입구에서 명부 체크하는 것도 신선했는데, 사인업 관리까지 직접 한다는 것도 신기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두번째일 뿐인 먼 동네 신자의 이름을 챙겨서 축일 축하까지 해주다니… 아시안이 흔하진 않아서 그랬겠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섬세한 것은 아니니까..

오늘 아침의 이 상황이, 잔잔하게 시작하여 크게 퍼져가는 감동으로 다가왔다. 마치 하느님께서 내게 이렇게 말씀하시는 듯 했다.

‘토마스야. 내가 너 다 기억하고 있어. 다 알고 있어. 다 챙겨주고 있어…’

몽글몽글 뭉클뭉클한 축일 아침이었다. 페이스북으로, 인스타그램으로, 카톡으로.. 많은 분들의 축하를 받으면서, 이 모자르고 개떡같은 내가.. 여전히 살아있고 또 기억되고 있다는 것에 감사한 아침이었다.

오늘 신부님의 강론 중에 확 와 닿았던 내용..

“토마스는 예수님의 부활을 믿지 못하였지만..
예수님의 상처로 토마스의 믿음이 치유되었습니다”

그래! 맞아! 우리의 부족함, 나약함, 아픔, 죄…
이 모든 것이 예수님의 상처로 낫게 되었지!

우리의 평화를 위하여 그가 징벌을 받았고
그의 상처로 우리는 나았다. (이사 53,5)

우리의 믿음을 낫게 하시는 주님,
찬미받으소서.

+전능하신 하느님,
복된 토마스 사도의 축일을 영광스럽게 지내는 저희가
그의 전구로 굳은 믿음을 지니고
그가 주님으로 고백한 성자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