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살고 있다는 특권(?)으로, 심성 좋은 본당 신부님의 특별한 배려 덕분에, 성전이 열려있고 성체가 현시되어 있어서 비록 소수인원만 출입이 가능하지만, 미사는 드리지 못해도 성당에 찾아가 기도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위안인지..
그 덕분에 답답한 마음을, 그렇게라도 성전에서 주님과 마주하며 영적인 갈증을 아주 힘겹게 물 한방울로 적시듯이 살아가고 있다. 살아가면서 이렇게 힘겨운 영적 갈증을 느끼는 시간이 언제 또 있었나 싶다. (두 번 다시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답답해 죽을거 같은 이러한 갈증 덕분에, 내 삶에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불필요한지 자연스럽게 정리가 되어간다. 지난 파스카 성야의 복음에서 천사가 여인들에게 해준 말이 위안처럼 남아있다.
두려워하지 마라.
너희가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을 찾는 줄을 나는 안다.
마태 28,5
내가 무엇을 찾고 있는지, 그분은 알고 계신다.
내가 왜 목말라 하는지, 그분은 알고 계신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알고만 계신게 아니라,
알고있는 그것을 채워주시기 위해 찾아오신다.
천사를 보내셔놓고도, 친히 찾아오신다.
예수님은, 그렇게나 따뜻하고 아름다운 분이시다.
내가 이리도 부족한 사람이다.
별 일 아닌거 같으면서도,
이만큼이나 주님이 필요한 사람이다.
그분 없이는 인간의 가면 마저도 가질 수 없는,
형편없이 한심한 사람이다.
물이 다 떨어진 채 행군을 하는 느낌이다.
아무 물이라도 미친듯이 퍼마시고 싶을만큼,
갈증에 갈증이 깊어갈수록.. 참아야 한다.
아무거나 마실 순 없으니까..
그분을 더욱 간절히 갈급해 하자.
Buona Pasqua!
부활절 미사를 TV로 구경한다는게 끔찍스러운 상황이지만..
이 답답한 시간이, 우리 인생 속의 알곡과 쭉정이를 골라내는
타작마당의 시간이 되는 거 같습니다.
그분의 발치에서 말씀을 듣던 마리아처럼,
모든 것을 그분 발에 쏟아내었던 마리아처럼,
끝까지 십자가 아래를 지키고 있던 마리아처럼,
그러한 우리가 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