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선교지일까요?

종종 사람들에게서 듣는 이야기, 가난한 오지도 아닌 부유한 기독교나라 미국에서 무슨 선교를 하느냐고.. 잘 사는 나라에서 뭐 할 일이 있느냐고..

미국은 확실히 부유한 나라입니다. 여러 면에서 한국 보다 좋은 곳이죠. 맞습니다. 헌데 동시에, 물질과 돈이 우상이 될 수 밖에 없는 극도의 자본주의 국가이기도 합니다. 기독교 국가라는 포장지를 가지고 있지만 굉장히 세속적인 국가지요. 물론 그렇기에 복음을 따르는 이들이 많은 나라이기도 합니다.

얼마전 저희 선교회 설립자인 마리아 카펠로 형제가 미국 공동체에 방문을 했었습니다. 가족별로 따로 만나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때 미국 선교에 대한 이 공동체의 비전에 대해 물었습니다. 그가 말하길, 미국은 많은 사람들이 크리스챤으로 불리우는 나라지만, 이 나라는 ‘선교지(Mission Land)’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곳보다 복음화가 어려운 나라라고…

사람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 말을 시작하면, 많은 경우의 사람들이 ‘나 예수님을 알아. 나는 매주 주일에 교회에 나가지. 성경도 자주 읽고 묵주기도도 자주 해. 많은 헌금을 하고 기부도 하고, 쉬는 날에는 소외된 이를 위해 봉사활동도 열심히 하고 있어’ 라고 반응을 합니다. 행위로서 그들은 많은 일을 하고 있지만, 하느님과의 인격적인 관계, 하느님과의 교제에는 무관심합니다. “애인 없이 연애하는” 신비로운 종교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거지요. 어찌보면, 복음화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복음화 대상에서 예외를 시키고 있는 겁니다. 거룩한 땅이라 자처하지만 실상은…..

유럽도 마찬가지지만, 예전엔 선교사를 파견하던 나라들이 이제는 선교사가 필요한 나라가 되어가고 있지요. 복음의 가치가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입니다. 제가 사는 이곳은, 백인들이 90%인 시골 동네입니다. 유일한 한국인, 아니 유일한 아시아인으로 살아가면서.. 노골적이지 않지만 은연 중에 인종차별적인 시선과 대우를 받기도 하고, 언어가 부족해서 답답하기도 하고, 부유하지 못해 위축되기도 하고, 이런 상황에서 ‘동양의 촌띠기’가 살아간다는 것만으로도 사실상 굉장히 선교적 영향력이 있기도 합니다.

처음 이사 왔던 집은 쓰레기장처럼 썩고 더려운 곳이었어요. 그래도 고쳐서 살려고 했는데 집 구석구석에 쥐가 들어와 살고 있고.. 쥐를 쫓아내서 구멍을 다 막아놨더니 오래된 카펫에서 벼룩이 살고 있어서 아이의 온 몸을 물어 상처가 생기는 걸 바라보며 화를 삼키기도 하고… 부유한 나라 미국에서 이런 가난의 삶을 경험한다는게.. 여러 답답한 상황속에서 스스로의 무능함에 회의를 느낄 무렵, 하느님을 더 간절히 만나곤 합니다. 한국이었으면 나름 이것도 저것도 잘 할 수 있는 것들인데, 이곳에 오니 무능력한 사람이 된 것 같지만, 그 때문에 하느님 아니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처절하게 체험하게 되면서 그분을 삶의 자리에서 만나곤 합니다.

가난했던 어린시절을 떠올리면서, 가난한 삶에서 얻는 것들 중에서 가장 큰 것은, 하느님의 사랑과 복음을 들고, 어떤 이들을 바라보고 어떤 마음을 갖고 다가가야할지 삶의 방향을 더더욱 분명히 그리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 삶이, 무엇보다 나를 조금이나마 더 인간답게 만들어주고 그 변화가 다른 이들을 향할 수 있게 된다는 것… 그리고 왜 이렇게 사느냐하면, 지옥에서 건져진 내 삶의 변화 그 하느님의 사랑 때문에.. 그것을 전하지 않으면 안되는 마음의 빚이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오시면 연락주세요. 같이 밥 먹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