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를 못하지만, 주님 안에서 안전합니다!

인사 말고는 한마디 영어도 못하던 내가, 미국 땅에서 1년 지낸게 경험의 전부인 내가, 머나먼 나라 인도까지 왔습니다. 1년이래봐야 영어로 소통은 택도 없는 수준이지만, 무식하면 용감하니까요. 하느님께서 한국 참가자 둘을 보내주신 것은 참으로 감사한 일입니다.

인도 현지는 물론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호주에서 온 이들도 모두 좋은 사람들입니다. 영어가 되지 않는 나를 귀찮아하지 않고 잘 맞춰주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편이고요. 특히 룸메이트가 그렇습니다. 스탭들도 물론 모두 참 좋은 사람들이네요.

며칠 지나지 않았지만, 삼시세끼 카레만 먹긴해도 딱히 음식 때문에 고생하는 일은 아직까진 없습니다. 날씨도 나쁘지 않고, 여하튼 육체적인 부분은 정말 문제 없이 잘 적응하고 있는 듯 합니다. 몇가지 소소한 아쉬움을 제외하면 완벽에 가까운 환경에서, 가장 중대한 문제는 바로 저의 허접한 ‘영어 수준’이지요.

무시무시하게 성실하신 하느님께서는 벌써 제 안에서 일을 하기 시작하셨습니다. 평소 대화는 물론! 진행되는 모든 것이 영어인 이 곳에서 모든 것을 알아듣지도 못하고, 내 의사를 전달하는 것도 고통스러운 이 환경이 참으로 낯설고 또 힘겹습니다. 처음에는 내가 ‘미국에서 왔다’는 것만으로 영어를 곧 잘 할거라 생각했나 봅니다. 그러다가, 말도 못 알아 듣고 대답도 못하는 나를 보며 살짝 놀란 기색을 발견하고는 어렵게 어렵게 나의 사정을 설명해서 이젠 다들 이해하게 됐습니다.

아무도 뭐라 하지 않고, 나를 소외시키지 않지만, 이상하게도 스스로 외톨이처럼 느끼고 있습니다. 그런데, 답답함과 외로움의 광야 같은 환경에서 꿀 같은 오아시스를 찾아냈습니다. 언어의 장벽 때문에 어떤 것도 온전히 깊이 이해하고 깊이 빠져들 수 없지만, 홀로 옥상에서 바치는 기도와 노래는 온전히 나와 주님만의 것이니까요! There is the Holy place for me only!

“주 안에서 내 영혼은 안전합니다.”

이 고백이 어찌나 절절하고 따뜻한지, 계속 눈물로 노래를 부릅니다. 내 연약함과 두려움 보다 크신 주님의 계획을 신뢰하는 것. 그래서 그 두려움을 내려놓는 것. 무엇보다도, 내가 어떠하든 관계없이 주님께서 나를 붙잡고 계시기에 내가 어떤 상황에 있더라도 안전하다는 것. 이 진리가 얼마나 나를 따뜻하고 자유롭게 하는지! 그렇게 주님과 단둘이 보내는 시간, 그 주님의 사랑이 나를 숨쉬게 합니다.

사랑하는 와이프도 딸도 함께하지 못하는 이곳에서, 아무도 없고 말도 통하지 않는 이 광야 같은 곳에서, 내가 온전히 의지하고 신뢰할 수 있는 분! 설령 와이프와 딸, 부모님 마저 내게서 사라진다해도 나는 살아갈 수 있지만, 주님이 없이는 결코 나는 살 수가 없습니다. 눈물을 펑펑 흘리며 고백했던 것은 바로 이 하나였습니다.

“난 주님 없이는 살 수가 없습니다.”

어려움을 예상하고도 ‘뭔지 모를 그분의 뜻’을 감당하겠다며 무식한 작정으로 왔으니까, 잘 견뎌내야겠지요. 되던 안되던 계속 따라가다 보면 언젠간, 뭐가 어떻게든 되겠죠!!! 오직 주님만이 나를 붙드시고 끝까지 인도하실 것을 믿습니다.

주님은 너를 지키시는 분 주님은 너의 그늘 네 오른쪽에 계시다. 낮에는 해도, 밤에는 달도 너를 해치지 않으리라. 주님께서 모든 악에서 너를 지키시고 네 생명을 지키신다. 나거나 들거나 주님께서 너를 지키신다, 이제부터 영원까지.
시편 121,5-8

*맥주가 땡기지만 마실수없어 쫌 짜증나지만, 맥주 없이 살 수 있습니다, 주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