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저는 술맛을 잘 모릅니다. 술은 술이니.. 그 술이 다 그 술 같고 안주에 따라 어울리는 것이 소주냐 맥주냐 와인이냐의 정도이지.. 어떤 소주, 어떤 와인이 맛있고 그런건 잘 모릅니다. 그냥 함께 마시는 즐거움에 취했던거니까요..
헌데 미국서 지내다보니 누군가와 함께 술을 마실 기회가 참 어려워졌네요. 그나마 성당에서 좋은 분들을 만나긴 했지만, 한 두명 소수정예가 모여 삶과 신앙에 대해 고민과 갈등 그리고 희망을 깊이 나눌 기회를 갖기가 어렵다보니, 집에서 혼자 가볍게 홀짝홀짝 마실 일이 많아졌습니다. 그러다보니 만남의 맛 보다, 술의 맛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거 같습니다.
예전엔 뭘 마시든 상관없이 누구와 함께인지가 중요했는데.. 요즘은, 이 술은 별로고 이 술은 괜찮고.. 마시면서 하나씩 알아가게 되네요. 술맛을 배워서 뭐하나 싶은 생각에… 괜히 심술이 나는 밤입니다. 이럴 때면 가끔 한국에서 지낼 때가 그립긴 하네요.
주말에 뭐하냐며 그냥 전화할 수 있던 시절이 쬐끔 그립습니다. 이런 저에게, 가족이 있으니 참 다행이죠. 복에 겨워서 궁시렁 궁시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