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성탄전야..

가족과 함께가 아닌, 혼자 성탄 미사를 드린건 처음인거 같네요. 어색함 아닌 어색함 속에서, 먼 지방까지 와서 이곳 본당 교우분들께 성탄 선물을 전해준 뒤 이 교회 공동체 또한 가족이라는 생각으로 예수성탄대축일 전야미사를 참례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묵상…

크리스마스라는 명분으로 가족과 무언가를 “해야”한다는 왜곡을 잠시 바라 봅니다. 무엇이든 좋은 의도겠지만, 잠시 본질을 기억해 봅니다.

예수의 탄생

아니, 저는 탄생보다는 예수의 파견이 더 편안하고 명확하게 다가옵니다. 그 분은 단지 태어난 것이 아니라, 철저히 인류의 구원을 위한 삶을 위해 파견되어 오셨습니다. 그런 그분은, 두시간마다 깨서 젖을 먹어야만 하는 신생아의 모습에서부터 시작하셨습니다.

이 모습에서, 때론 우린 너무 조급하지 않나 돌아봅니다. 통상적으로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서른셋의 삶을 살았던 예수님, 그 중에 드러난 그분의 인생은 고작 삼년정도라고 합니다. 삼십년의 긴 시간, 바로 일상의 거룩함을 지낸 그 시간에 집중해 봅니다.

그분의 오심을 통해 우리가 보고 따라야 하는 삶은, 삼년이라는 드러나 보이는 것이 아닌 삼십년의 감추어진 일상의 거룩함이지 않을지… 능력이 드러나는  위대한 일, 그런 업적이나 활동은 이 거룩함을 향한 수단에 불과한 것이 아닐지…

그분의 심판은, 업적이 아닌 사랑으로 평가된다고 합니다. 많은 일을 하였어도 그것이 사랑과 성화로 가지 못하였다면, 세상 기준를 추구하며 주님의 종 노릇을 그저 “척”하며 산 것 뿐이 안되겠지요.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두 여인과 떨어져 혼자 보내는 이 시간들이, 내 이 영적여정에서 나 자신을 자주 돌아보게 합니다. 사랑으로의 부르심, 그것만이 유일한 길임을 말이죠.

장엄강복 중 첫번째 청원문에 고개를 끄덕이는 나.

누추하고 비좁아서 그분을 모실 곳 전혀없는 내 안에, 성체를 모시고는 간절히 외쳐봅니다.

“주님, 저는 당신이 너무나 필요합니다.”

그래도 그분께서는 어떻게든 비집고 들어오시어 내 안에 어둠을 빛으로 비추시리라…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