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 때문에, 소중한 결정들을 미루면서…

공짜로 낼름 받은 책이지만 다른 책을 읽던 중이라 뒤늦게 책을 펼쳤습니다. 아직 초반부를 읽는 중이지만, 벌써부터 마음이 찔리듯 아프네요. 어쩌면 스스로 속이며 감추고 있던 마음이 드러나 부끄러운지도 모르겠네요.

하느님께서는 내게 생명을 주셨습니다. 그것은 선물이자 곧 기회였는데, 나는 그 삶을 주체적으로 살지 못한채 꽤나 오랜 시간을 지내왔네요. 결정이 보류된 삶은 발전도 없으며, 자신의 역사 또한 없다는 것. 스스로 결정하기를 미루며, 다른 사람의 결정에 의존하는 이는 자신의 가치를 버리는 것이라 합니다.

그 결정을 미루는 이유, 그것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싶은, 결과에 대한 평가가 두려운, 바로 그 두려움이었습니다. 정말 그래요. 미래와 결과를 예측할 수 없기에 생기는 두려움, 책임에 대한 두려움, 바로 그것들이 삶에 지배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었던 거였네요.

하느님은 나에게 진리를 통해 자유를 주셨는데, 나는 주체성을 잃고 결정을 보류한채 시간의 노예가 되어 외부로부터 주어진 결정들에 내 삶을 묻어버렸습니다. 그러한 삶에, 열매가 풍요로울리가 없죠. 세상을 향해, 누군가를 향해, 분노와 불평과 미움의 감정들을 쏟아냈던 것도 사실은 못난 나 자신을 향한 것이었나 봅니다. 그것을 감추기 위해 화살을 어딘가로 내던지고 있었겠죠. 속내를 감추기 위해, 더 강렬히 독을 뿜어내야만 했었나 봅니다. 그것을 밝히기 싫었고 인정하기 싫었을 뿐이었지요.

주체성을 잃은 삶이 언제부터였는지… 아주 오래된건 아니지만, 책임에 대한 두려움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을 그 무렵인듯 합니다. 게다가 그만한 믿음이 제게 없었기 때문이기도 할테죠. 두려움이 많은 아이, 이 또한 사랑해야 할 진실한 저의 모습이지요. 하지만 이제는 진정 스스로 결정을 내려야 할 때입니다. 아니, 이젠 그래야만 합니다. 하느님은 나에게 선물을 주셨고, 그 선물의 포장을 뜯어야 하는 것도 나이며, 그로 인해 기뻐해야 할 것도 나 자신이니까요.

선물을 뜯다가 말았네요. 제가 원하는 것이 아닐까봐 두려웠나 봅니다. 차라리 얼른 뜯어보고 맘에 들지 않으면 바꿔달라고 했으면 되었을텐데… 소심하고 겁이 많아 미루기만 했나봅니다.

결정에 따르는 결과는 그것이 어떤 것이든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 책임이 두려워서 결정을 보류하는 어리석음이 내 삶에 가득 차 있었다는 것에 화가 치밀지만, 어쨌건 사실임을 부인할 수가 없네요. 내게 필요한 것은 결정 그 자체보다도, 하느님께 대한 믿음이었습니다. 어떤 결과든 책임을 지겠다는 각오, 그리고 그 결과가 어떠하든 하느님께서는 나와 함꼐 계신다는 경험을 다시 살려내는 것이 절실한 시점이네요.

하느님은 결코 절대 나를 포기하지 않으신다는 것, 그래서 이토록 두려움에 떨고 있던 나에게, 깨우침과 더불어 기회를 던져 주십니다. 주님께서 주신 새로운 이 삶을, 아깝게 버리지 말고 스스로 결정하며 살아가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