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극단적 진보를 지향하는 사람들과 일부 교회 언론 등을 통해 이슈가 되고 있는 ‘민주적 절차를 통한 주교 선출’이라는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보았습니다.
1. 교회 안에 민주적 절차가 더 많이 필요하다고는 생각하지만, 민주적인 방법이 항상 최선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본당의 사목이나 조직 운영에는 수직적인 권위구조 보다 민주적인 구조로 더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주교 임명 등에 민주적 절차를 도입하려는 시도는 신앙을 근본으로하는 교회라는 신비체가 다소 지나친 인본주의적 태도만을 추구하려는 시도로 보이기도 합니다.
2. 교회 역사 안에서 성직 권위의 남용과 이권을 위한 정치적 행위들이 분명히 존재했고, 또 앞으로도 존재할테지만.. 인간들이 모여서 궁리하려는 시도가 표면적으로는 그런 문제를 감소시킬지 몰라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3. 교회의 주인은 사람이 아니라 성령이라고 우리는 믿습니다. 물론 성령께서는 귀신처럼 일하지 않고 사람을 통해 일하시니 사람들의 모임 가운데 지혜와 섭리로 교회를 이끄시겠지만, 도구가 되는 인간의 태도는 그 섭리에 대한 열린 태도와 순종 그리고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합니다.
4. 중대한 여러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또 앞으로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서로가 모여 합의점을 찾고 합리적인 사람을 선정하는 민주적 절차를 갖는 것은 지도자로 하여금 사람들을 의식하고 더 보살피게끔 하는 효과를 얻을 수는 있겠지만, 사실 이는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 없고 또 다른 문제로 이어질 뿐입니다.
5. 민주적 절차로 주교를 세우는 일은 주교가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직책으로 깎아내리는 꼴입니다. 교회는 사람들로 구성된 공동체이며 주교는 사람에게 봉사하는 사람이긴 하지만, 사람을 위해서 존재하는 직무는 아닙니다. 주교는 그리스도에 대한 사랑 때문에 양을 돌봐야 하는 목자입니다.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 주교 또한 존재하지만, 민주적 방법이 이러한 주교를 걸러낼 수 있다고 해서 해결책이 될 순 없습니다.
6. 이런식의 문제 해결은, 교회든 주교든 사람을 위한 조직과 역할로 볼때만 유익할 따름이지 실재로는 그 존재와 직무의 근본을 훼손하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7. 교회가 2천년간 지지고 볶으면서도 지금껏 조직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뛰어난 구성원 혹은 훌륭한 조직 구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교회의 주인이 예수 그리스도이며 그분이 ‘왕’이심을 믿는다면 모든 것을 우리가 스스로 힘을 모아 최선의 것을 도출하고자 하는 마음을 내려놓았으면 합니다.
8. 교회가 쇄신을 고민하고 시도하는 것은 매우 기쁜 일이지만, 때때로 교회가 본연의 정체성과 존재 의무를 망각하고 완고한 보수 혹은 지나친 개혁을 행하는 것은, 교회를 위한다고 말은 하지만 정작 교회를 해치는 일이 될 겁니다.
9. 어찌됐던 급진적인 연구자나 신학자들이 다소 아슬아슬한 선을 넘나들며 신학적인 성찰과 연구, 토론을 하는 것은 그 안에서도 공동선을 위한 유익한 무엇을 취할지도 모르니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시각과 비판은 때때로, 망가진 태도를 지닌 성직자들의 마음에 회심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다만 이러한 다양한 시도를, 추구해야 할 단일 가치로 받아들이지는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