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일지라도…

엊그제 저녁, 집안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종종 이레의 코딱지를 빼기 위해, 내가 이레를 안고 있으면 와이프가 면봉으로 빼내는 작전을 수행하곤 한다. 그런데 어제는 이레한테 혼자 ‘흥!’하고 코를 풀어보라고 엄마가 알려주니까 몇번 혼자 시늉을 내다가 성공을 했다! 웃후!

혼자 웃긴 자세로 흥~하고 콧바람을 내뱉으니 코딱지가 튀어 나왔다. 아빠도 엄마도 누나도 할머니도.. 온 가족이 환호를 하며 기쁨의 박수를 치면서 칭찬을 하니, 스스로도 뿌듯했는지 ‘오오오~’ 하며 엄청 좋아하는 아들.. 그 모습을 하루 지나 다시 한번 떠올렸다.

콧바람으로 코딱지 빼는게 뭐 그리 대단하다고 온 가족이 환호를 하며 난리를 치는걸까. 별 것도 아닌 일에 박수를 치며 칭찬을 하는 부모의 마음을 생각하니, 하느님도 그렇게 나를 칭찬하셨던거였구나- 싶더라.

잘난 것도 없고, 죄 짓는데는 누구보다 우수한 나에게 늘 사랑한다고 속삭이신다.
실수를 해도, 괜찮다~ 별 것 아닌 일에도, 잘했다~
칭찬과 격려와 응원과 위로.. 늘 나를 세워주셨다.

나 스스로에 대한 평가는 분명 형편없는데,
하느님이 내게 하시는 평가는 늘 우수한 성적이다.

오늘 그 마음이 무언지 몸소 알게 되었다.

콧바람은 아무나 할 수 있고, 코딱지도 누구나 뺄 수 있다.
하지만 내 아들이 그걸 해냈을 때는,
아무나와 누구나와는 무관하다.

다른 사람이 ‘그게 뭐 대수냐’라고 하더라도

내 아들이 해냈기 때문에 기쁜 일이고,
내 아들이 성공했기 때문에 멋진 일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별 볼일 없는 것이 아니라…
내 아들이 해냈기 때문에 대견 할 뿐이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
나는 늘 형편 없는 하위권이지만…
하느님의 눈 속에서의 나는
그저 그분의 아들이기 때문에
그분 눈에 나는 항상 자랑스럽고
작은 일에도 대견스러울 수 있는 거다.

그분의 눈이 그러한데…
뭐라 따질 수 있을까..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아 키우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
아버지이신 하느님의 마음을 삶에서 체험하고 알고 싶어서였다.
그 바람을 10년차가 되어가는 지금도 이루고 계신다.

오늘도 하느님 아버지의 마음 하나를 배웠다.

Laudate Domin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