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전의 나는, 타인에게 도움을 받는 것이 편치 않았었다. 물질적 도움은 물론, 일상의 소소한 도움 조차도 요청하는데에 거부감이 있었다. ‘차라리 혼자 어떻게든 하고 말지’ 남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은 자존심이 상할 때도 있고, 괜히 남에게 폐를 끼치고 불편하게 부담을 주는 것 같아서 도움 받는 일은 피하고 살았다. 하지만 지금은 도움이 없이는 불가피한 삶이 되었다.
선교사로 산다는 것은 활동을 통해 벌어먹기도 하지만, 사람들의 후원으로 빌어먹기도 해야하는 삶이다. 지난 주일 첫독서의 사렙타 과부처럼 밀가루 단지는 비지 않고 기름병이 마르지 않듯, 가뭄같은 가난으로 풍요롭지는 않지만 또 굶어죽지는 않는 기적같은 섭리를 체험하고 사는 삶이 이 삶이다.
나누고 받는 것에 대한 당당함과 자유로움. 이런 태도가 내게 생긴 것은, 신앙을 통해 복음의 기쁨이 나를 자유롭게 하면서 부터 시작되었다. 도움을 받는 것은 빚을 지는 것 같고, 남에게 부담을 주는 것 같다고 여겼지만.. 반대의 입장에 있을 때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애덕을 행하고 선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가 개별적 존재가 아니라, 함께 공존해 나아가야 하는 존재라는 것을 깨우치게 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아무래도 선교를 하다보면 여러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도움을 주는 입장에 있을 때가 많다. 그리고 그것이 내겐 ‘받은 사랑만큼 더 나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하지만 때때로 만나는 사람들에게서, 도움을 얻을 수 밖에 없는 처지에서 찾아오지만 정작 도움을 받으면서도 불편해하고 부담스러워 하는 경우를 본다. 물론, 상대를 배려하는 선한 마음에서 비롯되는 경우도 있지만, 도움을 청했을 때 상대가 도움을 주겠다고 기꺼이 응답했다면 너무 부담을 느끼지 않고 기꺼이 당당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도 필요하지 싶다.
때때로 자존감이 낮을 때, 반대로 자존심이 너무 강할 때, 도움이 오고가는 것이 온전치 못할 때가 있다. 나는 늘 괜찮다고 이야기하지만, 나는 내가 부담되면 알아서 선을 긋는데, 오히려 나를 위해 선을 그어주고 조심스럽게 도움을 청하는 모습을 보면 내 마음이 더 아플 때가 있다.
미안함 보다 아름다운 것은, 감사함이다. 예수님께서 십자가로 우리를 구원하신 것을 두고, 죄송하기 보다 감사하는게 더 그분 입장에서 기쁠 일이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