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는 증거하는 것

얼마전 한 기사를 봤다. 예전부터 그랬기에 놀랄 일은 아니지만, 여전히 그렇기에 놀라웠다. 신앙이 미흡해서 선교하지 않는게 아니라, 신앙을 개인의 차원으로만 두고 있기에 선교의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여기는 단순하지 않은 이유들이 얽혀있을 거다. 내 경험으로는 대체적으로 선교를 할 자신(능력)이 없어서.. 혹은, 신앙을 강요하는 것 같아서..라는 반응들이 컸다.

많은 경우, 선교는 성직자나 수도자 혹은 오지에서 선교하는 선교사들의 몫이라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틀렸다. 게다가 가톨릭은 선교에 적극적이지 않은 입장이라 마음이 편하다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잘못 알고 있는 바다. 우리 교회의 가르침은, 세례를 받은 모든 신자는 세상에 복음을 전해야 할 기본적인 사명이 주어져 있다고 가르친다.

세례 받은 이들의 충실성은, 복음 선포와 세상에서 이루어야 할 교회의 사명 수행을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이 된다. 진리와 빛의 힘을 사람들 앞에 드러내기 위하여, 구원의 메시지는 그리스도인의 생활을 통한 증거로써 그 진실성이 입증되어야 한다. “그리스도교 생활의 증거와 초자연적 정신으로 실천한 선행은 사람들을 하느님과 신앙으로 이끄는 힘이 있다.”
가톨릭교회교리서 2044항

어느 교황님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아주 오래 전에 인상적인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현대인들은 교사 보다 증거자들의 말에 더 귀기울인다.”

가르치는 내용 보다, 삶으로 증거하는 체험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신앙은 목격하고 체험되어야 비로서 열리는 것이지, 머리로 생각하고 책으로 공부한다고 ‘아하!’하고 수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다. 신앙이 내 삶에 영향을 주고 있다면, 그 영향력이 나를 통해 외부로 뻗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곧 선교!

오늘 참 감동적인 나눔을 접했다. 신앙을 갖고 나서 달라진 모습을 보고 주변에서 자기도 신앙을 갖고자 한다고… 아직도 가시지 않는 훈훈함.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작은 무거움이 내 안에 남는다. 내 삶은 누군가에게 ‘나도 너처럼 신앙을 가져보고 싶다’라는 도전을 줄만큼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가? 부끄럽게도, 누가 나를 보며 입교한 경험은 아직 한번도 없다. 어디가서 선교한다고 떠드는게 무색할 정도다. 그나마 스스로 위안을 삼는다면, 우리 부부를 보고 가정을 꾸리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꽤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부끄러운건 마찬가지다. 내 삶은 ‘신앙이 없는 이의 마음에 움직임을 줄 정도’는 못되는 거다.

그래서 이렇게 늘 부끄러워 가슴을 친다. 솔직히, 남에게 영향을 끼치기는 둘째치고 나 스스로와 투쟁하며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벅찬게 사실이다. 그런데, 그렇다해서 정당화 될 수는 없는 거다. 배운걸 백날 잘난척 떠들어 대면 뭐하나. 감동을 줄 수 있는 삶이 되어야지……. 오늘은 오랜만에 내 마음에 참으로 큰 울림이 감돌았다.

+주님, 감히 당신을 닮은 향기까지는 바라지도 않습니다.
부디 저를 붙드시고 더 깊은 곳으로 이끄소서.
당신의 눈과 마음이 향한 사람들에게 저를 보내소서.
감동을, 울림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