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님, 저희가 밤새도록 애썼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스승님의 말씀대로 제가 그물을 내리겠습니다.
루카 5,5
깔끔하게 표현하면,
“제가 해봤는데 안됐다니까요. 그치만 따르겠습니다.”
당시 어부들은 일반적으로 가방끈이 짧았다. 하지만 자연의 흐름에 매우 예민했고, 죽음에 대해 늘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어부는 생계를 위해 항상 목숨을 걸고 배를 타야 한다. 그런 ‘전문가’인 베드로였다.
그런데 목수 출신이, 물과 물고기에 있어서는 베테랑인 어부 베드로에게 물고기를 논하다니.. 직업의 귀천을 가리는건 아니지만, 목수는 어부만큼 목숨의 위협이 있는 것도 아니거늘.. 게다가 예수님을 만나본 적도 없던 베드로였다. 단지 동생에게 들은 얘기가 전부였는데…
이 구절에서, 베드로의 엄청난 겸손을 본다. 나였으면, ‘아놔 진짜 지가 뭘 안다고…’ 속으로 궁시렁 거리며 들은 채도 안 했을테지.
베드로에게서 배우는 것.
“내 경험에만 의존하지 않는 태도.”
역시 으뜸은 다르구나. 당장은 허접하고 무식하고 겁쟁이에 배신까지 때릴 사람이었지만… 주님께서는 이미 그의 이런 가능성과 그릇을 알아보신 것.
+주여,
내가 배운 것, 내가 경험한 것에 갇혀서
잘난채 하며 눈을 감고 있지 않도록,
늘 깨어있을 수 있게
항상 제 곁에서 콕콕 찔러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