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에 관한 인식의 왜곡

‘남자는 성욕을 참을 수 없는 존재’라는 인식이 점점 당연시 되는 거 같다. 놀라운 것은, 어떤 ‘아내’들이 남편의 성욕 해소에 자신이 적극적일 수 없어서 남편에게 ‘성매매’를 권장하는 경우도 있다더라. 남편이 회식에서 술에 취해서 아가씨들이랑 거시기 하는 것에 대해, 박수치며 반기는 건 아니지만 ‘남자는 애초에 참지 못해서 이해할 수 있다’는 말도 안되는 ‘남자짐승설’을 믿는 사람들이 요즘 왜 이렇게 많은걸까. (하느님의 남성 창조는 실패인가?)

성에 관한 인식이 상상을 초월한지 오래다. 사실, 교회 안에서 조차도 의외로 많은 젊은이들이 알면서도 혼전 성관계를 ‘일반적인 행위’로 취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혼인을 했다 해서 부부간의 성적 행위가 모두 정당하고 합법적이라는 착각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혼외 관계만 안하면 되는게 아니라, 임신을 의도적으로 배제하여 인위적인 방법(이를테면 콘돔이나 약)을 사용해 피임하는 것은 엄연히 죄에 속한다. 야한 영상을 보며 자위행위를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물론, 아무런 죄도 범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죄라는 것이 이런식으로 구분되어 있는 것은, 죄책감을 심어주어 사람을 내리 깔고 조종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지향해야 하는 바를 명확히 제시해 주기 위함인 것이다.

성에 관해 상대적으로 흔들림이 없어 죄를 범하지 않는 사람들도 은근히 있더라. (나는 그렇지 못했다.) 그런데 때론 그런 열심한 사람들 안에서 위선에 빠질 위험을 목격할 때가 있다. 자신이 잘 지키고 있기 때문에, 지키기 힘들거나 어려워 하는 이들을 심판하듯 매질하는 경우가 그렇다. 이게 사실 참 어렵다. 이런 것들을 신부님이나 수녀님이 이야기하면, 그들은 독신이니까 ‘뭣도 모르고’ 불가능한 것을 요구한다고 생각하는데, 정말 불가능한건지, 불가능한 것이길 원하는건지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켜야 할 바를 알고 노력하는데 흔들리고 유혹을 받다가 끝내 넘어지는 것과, 애초에 나는 어쩔 수 없다며 놓아버리고 마음껏 살아버리는 것하고는 ‘같은 죄’를 지었다 하더라도 하늘과 땅의 차이다. 남자짐승설은 오히려 악용하기 좋은 구실이 되어간다. 정결은 독신성소의 것이 아니라 부름 받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것이다.

성은 아름다운 것이고 거룩한 것이다.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귀한 선물이고 소중한 가치이며 무엇보다 인간의 정체성이기도 하다. 때문에, 이것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더럽히고 엉망으로 만드는 것이 바로 사탄이 하고있는 최종 계획이다. 그들은 이것을 완전히 무너뜨리려 할 것이다. 왜냐하면, 하느님이 창조하신 것 중에 이것이 가장 거룩하고 중요하며, 하느님 뜻의 핵심에 있기 때문이다. 이걸 무너뜨리면 다 무너뜨리는 샘이다. 그래서, 우리는 지켜야 한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가르침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대가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