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공소만한 크기의 성전.. 100명도 안되는 적은 인원의 신자들.. 화려함은 물론, 웅장한 오르간 반주도 없이, 얼핏보면 밋밋한 느낌인데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드리는 (알아듣기 힘든) 부활성야였습니다. 그나마 exultet는 대충 내용을 숙지하고 있어서 기억해내며 넘어갔고, 독서와 기도문들은 힐끗힐끗 핸드폰으로 한국어 전례문을 읽으면서.. 특별히, 강론 때는 십자가의 예수님을 빤히 바라보며.. 그렇게 특별한(?) 부활성야를 지냈습니다.

웅장함이라곤 없는 조그마한 성전이지만, 전례 안에서 선포되는 예수님의 부활과 기념은 인간의 이성과 분위기를 초월합니다. 그래서인지, 오늘 전례 중에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 마음 속에서 이렇게 따끔한 울림을 주셨습니다.

“토마스야, 너는 아직 멀었어. 부활은… 죽음 다음에 있는 거야.”

네… 그랬습니다. 40일이라는 사순시기 동안, 저는 죽지 않고 꿋꿋히 버텼습니다. 이렇게 버젓이 살아있었으면서.. 부활절인데 나의 무엇이- 어떻게 부활했느냐며 예수님께 묻고 있었습니다. 오죽 답답하셨으면 “먼저 죽기나 하고 부활을 물어”라고 말씀하셨는지…

부활절이 되었다고, 예수님의 부활을 기념한다고, 기적처럼 그 날 우리도 짠!하고 부활하는건 아니겠죠 당연히.. 그래도, 부활절이니 주님의 부활을 기뻐하며 인사는 나누고 싶습니다.. 그리고, 아직 저처럼 덜 죽으신 분들은… 열심히 노력해서 죽어봅시다.. 매 주일이 부활을 기념하는 부활절이나 다름없으니.. 늦은건 아니니까요..

부활 축하드립니다. Bless Eas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