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없이 부족한 사랑

 

내 속에 인내와 사랑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요즘이다. ‘내 종교가, 교회가 부끄럽고 싫다’라는 말을 하는 신자들을 보면서, 욱하는 마음이… 물론, 최근의 부끄러운 행태를 보면 이해가 안되는 건 아니지만.. 교회가 그들의 것인가..? 그리스도의 몸인 이 교회를 이루는건, 그들을 포함한 우리 모두이다.

한 지체가 고통을 겪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고통을 겪습니다. 한 지체가 영광을 받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기뻐합니다. 여러분은 그리스도의 몸이고 한 사람 한 사람이 그 지체입니다.
1코린 12,26-27

물론, 결코 그들의 죄악을 옹호할 마음은 없다. 오히려, 아직 더 감추어진 문제들이 드러났으면 좋겠다. 누군가의 me too로 인해 수습하듯 사죄할 일이 아니라, 먼저 스스로 성찰하고 회개하여 빛 가운데로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지만, 그들의 악행으로 교회가 부끄럽고 싫다며 욕하는 것을 보면, 개인적으로 참 속상하다, 아니 때론 화가 난다. 그렇게 치면, 이미 우리의 존재로 인해 교회는 부끄럽고 싫을 이유가 충분하다. 세상이 이런 교회를 욕하는데에 그저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 뿐이 없다. 하지만 교회를, 선한 이들이 행복하게 지내는 동호회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악한 이들에게 하느님의 진노를 선언하며 회개를 외쳐야 하는 교회는, 동시에 회개하는 이들을 품에 안고 하느님의 자비를 보여줘야 하기도 한다. 못나고 허접하고 악하기까지 한 사제들의 죄악에, 교회가 일절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교회의 책임 중 일부는 바로 우리 자신의 몫이 포함된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나는 옹호하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더 많은 죄악이 터져서 감추어진 것들이 드러났으면 좋겠다. 실망스러울 수 있고, 배신감 느끼겠지만, 한편 원래 그랬던게 교회였다. 그러니 더 정화될 수 있도록 강력한 사랑으로 혼이 나야하는 게 교회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몫은, 우리가 함께 나누어 가지고 있음을… 제발, 교회를 사랑으로 매질 했으면 좋겠다.

나는 이 상황이 하느님께서 진노하여 때리시는 사랑의 매질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이 매를 맞으며 깊이 울고 통곡해야 한다. 세상에 빛과 소금이 되기는 커녕 썩은 내를 진동시킨 우리의 잘못을…. 그런데 그 사랑의 매질이 바로 우리로 인해 사탄의 도구가 되어 분열로 이어진다면… 하느님이 더 통곡하실 일이 아닐까.. 그리고, 세상이 우리를 보고 대체 뭐라고 하겠나…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모든 사람이 그것을 보고 너희가 내 제자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요한 13,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