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성찰

10여년 전.. 묵주팔지를 네다섯개씩 달고 다니던 때가 있었다. 돌아다닐 때마다 묵주를 돌리던 그런 때가 있었다. 지하철을 타면 모르는 아주머니들로부터 젊은 사람이 믿음이 깊다며 칭찬도 자주 들었더랬다. 물론 칭찬을 위해 그러고 다닌건 아니었지만 감사하고 좋았다. 동시에 또 한쪽에서는 험한 소리도 자주 들었다. 신앙이 너무 과하다고… 신부도 아니면서 너무 오바하지 말라고.. 너무 과한것도 좋은건 아니라는 어른들의 말을 자주 들었다.. 하느님이 너무 좋으면 사제여야만 하는가 갈등을 겪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은, 많이 성장했다. 본질이 무언지도 알고, 거기서 벗어난 과하다니 어짜니 하는 말들에 흔들리지도 않는다. 꽤 탄탄해졌다. 그렇게 성장하며 열심히 살았다. 그런데.. 내가 참 비겁했다는걸 오늘 발견한다.. 좋은 사람들과 아름다운 시간을 보냈다. 과한 칭찬을 들으며 머쓱하면서도 마음 한쪽에선 으쓱하기도 했다. 그런데 뭔가 서늘했다. 술 때문인지 마음이 이상했다.

‘하느님, 제가 잘 살고 있나요..?’

잠깐이지만, 술 기운이지만, 성찰을 하며 내 삶이 요즘 참 편협했음을 발견했다. 예전엔, 칭찬도 듣고 과하다는 비난도 들었다. 그런데 요즘은 좋은 말만 듣는다. 잘하고 있어서일까…? 아니었다. 좋은 말을 해줄 좋은 사람들이 주변에 많은 탓이었다. 어느순간, 불편하고 싫은 사람은 멀리하고 좋은 사람들만 가까이 하고 있었다. 내가 외롭고 쓸쓸하다는 이유로.. 그렇게 합리화했다.

사람을 고르고 있었다. 좋은 말을 해주는 좋은 사람들이 곁에 참 많아졌다. 비난이나 비아냥을 할 사람은 내가 배척하고 멀리했다. 내가 잘 산게 아니라, 사람을 골라 사귀고 있었다…. 부끄러워진다. 천국을 가려는 노력이 아니라, 나 스스로 천국을 만들고 있었구나… 과연 이게 뭔가.. 동아리 활동도 아니고, 맘 맞는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만 했구나… 갑자기 예수님께 겁나 미안해지는 밤이다… 이렇게 살면 안되는데…….. 이대로 가다가는 내가 만든 천국에서 혼자 취해 살게 될것만 같다…

그들을 닮지 마라.
마태 6,8

닮지 말아야 할것을 닮아가는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술이 깨면 더 정신을 차려야 할 것 같다. 토마스야, 그렇게 살지마라. 꼴같지 않고 재수없게 살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