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은 매일 거룩하게 살 수 있어요?"
Posted by 가톨릭평화방송 TV on Thursday, June 22, 2017
가끔은 이 대축일에서마저 예수님의 겸손을 느끼는데, ‘예수성심’ 보다 ‘사제성화’가 더 도드라지는걸 볼 때면 그러합니다. 사제의 성화를 위해 애써 기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사제의 성화’ 뒤에 숨어서 개인의 성화는 외면하고 있는 경우도 많음을 봅니다.
사제의 성화가 신자들의 성화에 큰 영향이기에 우선 중요하긴 하지만, ‘나’의 성화를 ‘사제’가 대신 해주는 것마냥 사제에게 떠 넘기는 느낌도 없지는 않습니다. ‘나보다 사제’가 아니라, ‘사제로 인해 나’여야 하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모습들을 볼 때도 많거든요.
하지만 거룩함을 향한 길에는 사제만 초대된 것이 아닙니다. ‘내가 신부도 수녀도 아닌데..’라는 핑계는 사실 통할 수 없는 말이죠. 신부님 수녀님을 위해 노력했으면 내 몫을 다한게 아닙니다. 그건 그거대로 해야하는 몫이고, 자신의 성화를 위해서도 힘 써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 길은 모든 하느님 백성의 성소이기 때문이죠.
모든 사람과 평화롭게 지내고 거룩하게 살도록 힘쓰십시오. 거룩해지지 않고는 아무도 주님을 뵙지 못할 것입니다.
히브 12,14
거룩함은 누가 대신해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각자가 부름 받은 길입니다. 사제나 수도자는 그 나름의 양식에 따라 거룩함을 향해 갑니다. 그 외 신자들은 거룩함에서 멀리 있는것이 아니라 그 성소의 양식 안에서 거룩함을 향해 가야 합니다. 오늘 이 교황님의 알현 메시지에서, 우리가 어떻게 거룩함을 향해 가야하는지 명확한 지침을 발견합니다. 거룩함이란 것은 황홀경이나 탈혼 같은 신비적인 것만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독신이나 청빈과 같은 세속과 단절되는 것만도 아니고요. 지극히 인간적이고 일상적인 그 치열한 현장에서 하느님께 문을 열고 사는 것이죠. 바로 ‘사랑’을 가지고요.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이고 또 의롭고 아름다운 일입니까!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사랑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하느님 안에 머무르고 하느님께서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르십니다.
1요한 4,16
우리는 그리스도인입니다.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는 이들입니다. 우리가 따라야 하는 그리스도 예수님의 삶은 복음서에 드러난 공생활이 전부가 아니라, 일생 전반에 걸친 나자렛에서의 감추어진 시간들을 포함하고 있죠. 그 안에서 모범을 발견하지 않는다면, 예수님의 완전한 인성과 신성의 결합이라는 신비에 다가가지 못할 겁니다.
예수님께서는 마리아와 요셉에게 순종하시고, 나자렛에서 보내신 여러 해 동안 비천한 일을 하심으로써, 가정과 노동의 일상생활 안에서 거룩함의 모범을 우리에게 보여 주신다.
가톨릭교회교리서 564항
나자렛의 감추어진 생활은 모든 사람이 삶의 가장 일상적인 길에서 예수님과 일치할 수 있게 해 준다.
가톨릭교회교리서 533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