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네가 박해하는 예수다. 이제 일어나 성안으로 들어가거라. 네가 해야 할 일을 누가 일러 줄 것이다.
사도 9,5-6
바오로 사도가 그리스도인들을 잡으러 다마스쿠스로 가던 중에 예수님을 만나 회심하게 되는 장면은, 성경의 많은 사건들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예요. 극에서 극이 다리 놓아지는 아름다운 장면… 오래 전 처음 성경을 읽기 시작하면서 이 장면을 마주했을 때 매우 감격했습니다.
특별히 오늘은 첫째 독서의 저 구절이 와닿았습니다. 바오로 사도가 잘못된 열성으로 악한 열매를 맺으며 살아가고 있는데, 그 삶에 예수님이 친히 찾아오셨다는게 참 위안이 되었어요. 그가 예수님을 찾아다닌 것도 아닌데 말이죠..
자기 의로움과 분노로 가득 찼던 어린 시절, 내 앞을 가로 막는 것은 무엇이든 쳐부셔야했던 독한 내 인생에 갑자기 쳐들어오신 예수님.. 죄에 빠져있는 나에게 정신 차리라며 혼을 내시고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공동체 안에서 많은 이들을 통해 날 가르쳐주신 예수님..
신은 없다고 부정하며 온갖 죄를 일삼던 삶 자체가 예수님을 박해했던 것과 다름이 없지 않았나-생각하면, 바오로 사도 만큼 삶을 투신할 각오와 용기는 없지만 흉내라도 좀 내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마치 봉헌 축일 마냥, 매년 이 회심 축일만 되면 바오로 사도의 코스프레라도 하는 삶이 되고 싶다며 다짐합니다.. 하하하..
어제, 마침 LA에 볼 일이 있어서 바오로 사도의 회심 축일을 맞아 오랜만에 LA 주교좌 Our Lady of the Angels 성당에서 낮 미사에 참례했습니다. 여전히 아름답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