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이기도 한 여성은 있어도, 엄마이기만 한 여성은 없어야 합니다.

저는 저희 엄마를 참 좋아하고 존경합니다. 가정을 위해 특히 자녀를 위해 희생하며 헌신적으로 살아오신 삶에 대해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음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저는, 그렇게 사는게 옳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가족을 위해 엄마로써만 충실히 살았던 여성에게 “엄마는 위대하다”라는 따위의 대단한 찬송만 하는 것이 항상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엄마로써의 위대함은 존경 받아야 할 마땅한 일이지만, 결과적으로 그 삶은 안타깝고 슬픈 일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엄마로써의 훌륭한 삶만으로 그 개인의 삶에 만족이 충분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물론 예외적으로, 그것만을 원했던 분들도 계시겠지만요.)

여성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독립된 ‘개인’으로의 주체적 삶은 사라지고 ‘가정과 아이’를 위해 희생하는 존재로만 되어지는 현실에 대해 저는 안타까움과 분노가 솟아납니다. 물론, 가정과 아이를 위해 희생해야 합니다. 그것은 책임이니까요. 하지만 그것은 비단 ‘여성의 몫’으로 미뤄져선 안될 일이죠. 아이와 엄마의 애착이 아빠와는 다른 특별한 영역이 있는건 사실이지만, 갈수록 이 사회는 엄마로써의 삶에 대한 박수만 있을 뿐, 독립된 여성으로써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도록 응원하지는 않는 거 같습니다.

*엄마라는 무거운 책임은 분명 있지만, 그것이 여성의 신분 전체는 아닙니다. (ⓒ SBS 엄마의 전쟁)

하느님께서는, 결혼을 해서 가정을 이룬 부부가 자녀를 낳아 양육하길 바라시지만 부부의 삶에 그것만이 존재하길 바라시지는 않습니다. 남자도 여자도, 아빠와 엄마임과 동시에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은 독립된 존재입니다. 그것을 포기하거나 잊혀지게 만드는 시대의 분위기를 반대하고 거부하며 맞서야 합니다. 물론 현실은 그리 만만치 않긴 합니다. 시스템과 문화적인 문제가 단기간에 고쳐질리도 없겠고요. 하지만 적어도 내 가정 안에서만큼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의식이 깨어나야 하고 잊지 않고 인식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라도 저희 엄마와 아버지께서 자녀와 연결고리가 아닌, 하느님께 부름받은 독립된 존재로서 자신들만의 삶을 살고 누리며 살아가시라고 매몰차게 응원하고 있습니다.

남자들도 여자를 은연중에 그렇게 몰아가선 안되며, 여자들도 그 안에서 안주해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