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선, 여성은 사회적 약자입니다.

“아직 우리 사회에선, 여성은 사회적 약자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여성 비하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암암리에 인정되고 있는 사실이지 싶네요. 이번에 발생한 끔찍한 범죄로 인해서 ‘여혐’이란 단어의 노출이 굉장히 높은 요즘입니다. 묻지마 살인이지만, 평소에 여자들이 자신을 무시했다는 발언도 그렇고, 여자 화장실에서 잠복하고 있었던 것도 그렇고 ‘여성혐오’와 해당 범죄가 완전히 연관이 없는 건 아닐 듯 합니다.

그것이 명백하던 아니던, 지금 이 사건을 통해 또 하나의 문화적 움직임이 일어났습니다. 여성혐오와 관련된 일련의 많은 사건들과 그동안 억눌려 왔던 여성들의 인격적 차별과 무시 등이 복합적으로 섞인게 아닌가 싶네요.

*요로코롬 말한 녀석들은 땍기놈! 해줘야하는거겠지만요!

제 트위터 타임라인엔, 며칠전부터 ‘여성혐오’와 관련된 내용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요. 이런 분위기를 보면서, 지금까지 인류의 역사 안에서 여성이 얼마나 천대받고 무시당하고 억눌려왔던지 그 억울함을 생각하면, 지금의 이런 분위기는 아무것도 아니지 않나 싶었습니다. 혹자는 이런 말도 합니다. 여성이 여성이기 때문에 피해자가 되는 것이 억울한 것처럼, 남성이 남성이란 이유로 잠정적 가해자 취급을 받는 것도 억울한 일이라고.. 맞는 말이네요. 둘 다 억울한 일입니다. 그런데… 남성은 좀 억울해도 참아야 할 것 같습니다. 남성이란 이유로 겪었던 많은 억울한 일들이 있었겠지만, 잘 생각해보면 아직까진 여성이 겪어왔고 또 겪고 있는 차별과 억울함이 상대적으로 더 아픈 일이지 않나 싶습니다.

어찌보면, 어떤 남성 개인이 의도한 바는 아니었어도.. 남성이란 이유만으로 여성에 비해 편의를 본 점들이 꽤 있을 겁니다. 물론 더 힘겨웠던 것도 많았겠지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성은 좀 더 여성의 눈치도 보면서 다소 불편하고 부담스럽고 억울함을 느끼게 되더라도 참아내야 할 의무가 있지 않나 싶네요.

아버지도 가정을 위해 열심히 노동하고 고생하고 그러셨죠. 하지만 어머니는 어떤가요. 어떤 면에선 남자인 제가 봐도, 여자로서 어머니가 겪어야 했던 삶의 무게와 아픔이 더 컸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그런 어머니의 고충을 ‘엄마는 위대하다’라는 칭찬으로 너무 쉽게 퉁치고 있지 않나요? 아니면, ‘모성애의 위대함’으로 당위성을 부여하고 있진 않나요?

남자이기 때문에, 집에서 살림이든 육아든 상대적으로 손이 덜 갈겁니다. 나름 그럴싸한 핑계도 있거든요. 일하느라 피곤하고.. 뭐 그런거. 하지만 맞벌이를 한다면요? 또 핑계가 있거든요. 요리를 잘 못하고, 살림을 잘 못하고, 내 손이 닿으면 일이 더 망쳐지고, 아이가 엄마를 더 좋아하고… 여하튼 그럴듯한 이유들로 확실히 여성이 가정에서도 더 많은 짐을 짊어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때로는 ‘하느님이 그렇게 만드셨다’라는 신앙적 핑계도 한 몫하기도 하고요. 은연중에 이런 차별들이 우리 가까이에 있습니다.

제가 결혼을 앞두고 있을때, 또 막 결혼을 했을 때에도 여전히 ‘초반에 기선제압해야한다. 안그러면 잡혀 산다.’라는 식의 말을 몇번 들었습니다. 그만큼, 아직도 남성과 여성이 동등하게 삶을 함께 만들어 나가는 것 보다는 한쪽이 주도권을 잡고 편의를 보려고 하는 이기적인 태도가 은연중에 여전히 깔려 있는 거겠죠.

그렇다고, 남성이 편하기 위해 여성의 억울함을 참아줘야 한다- 뭐 그런건 아닙니다. 역할의 차이는 서로간의 존중과 사랑 안에서 조율해야 하는거지 여성이라고, 남성이라고 뭘 해야한다는 원시시대 이야기를 하는건 아니니까요. 다만, 어쩌면 남성에 대해 잠정적 가해자로 취급을 받게 되는 것에 남자로서 성적 차별적인 문화에 침묵함으로서 암묵적으로 동의한 책임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는 겁니다. 그 결과, 내가 남자라서 좀 억울한 건 그까짓거는 여성들이 겪었던 아픔을 생각할 때 사회적 책임 때문에라도 좀 참아주고 존중해주고 더 일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이 들더라고요.

여성혐오의 문제가 남성혐오로 이어지는 불상사가 생기지만 않길 바랍니다. 싸움이 아니라, 배려와 존중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라도 이 이슈에 집중할 필요는 분명히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런 의미에서 엠마왓슨의 명연설(?)을 다시 들어보세요!

 

아! 그리고 또 하나는, 이 사건과 분위기 때문에 옥시나 롯데가 기뻐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