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 모든 사람에게 말씀하셨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루카 9,23
십자가의 길은, 특정한 소명과 역할을 가진 자들만의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이 말씀을 하신 대상에 주목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모든 사람”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주님을 따르고자 하는 모든 사람은 ‘날마다’ 십자가의 길을 걸어야 합니다. 십자가는, 특별한 역할로 부름 받은 성직자 혹은 수도자들의 것이 아니죠.
때로는 외면하고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많지만, 냉정하게도 열외란 없습니다. 그래서 단단히 각오를 해야 하는 것이 신앙의 삶인 것 같습니다. 세상에 속해 있으면서 구별된 삶을 산다는 것은 부귀영화를 누리겠다는 기복적 삶이 아니기에 굉장히 버겁고 힘이 듭니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그렇기에 이 신앙의 삶이 축복이라는 걸 체험합니다. 십자가를 지고 가야하기에 세상 안에서 남들보다 어리석고 바보같아 보일 때가 많지만, 그래도 이 길이 축복임을 느끼는 순간은 바로 그 십자가를 지고 가는 길에 내 발걸음 옆에 또 다른 발걸음이 있음을 체험했을 때입니다.
외로운 길이 아니라, 십자가의 무게가 무거울수록 내 옆에 함께 계신 분의 숨소리가 더 크고 가까이서 느껴진다는 것.. 이래서 신앙이 축복이구나-하고 느낍니다.
고통 속에서 기쁨을 느낀다는게 참 변태같은 표현인데… 참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