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골수 천주쟁이의 동성혼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미국이 동성혼에 대해 합법화하면서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무지개가 자주 보이는 이쯤에서, 수위 높을 수 있는 무거운 주제로 썰 하나 풀어봅니다.

아무래도 미국의 영향력이 크다보니, 이번 동성혼 합법화로 인해 악마의 우두머리가 된 것마냥 바라보는 경향들이 있습니다. 얼마전 서울 어딘가에서 퀴어축제(?)라는 성소수자들의 모임에 극보수적 예수쟁이님들께서 반대한다며 난리를 친 기사도 기억나고요.

 

‘동성혼은 죄인가?’

사실, 외골수 가톨릭 예수쟁이인 제 입장에서 동성혼이 죄냐 아니냐에 대한 의견은 고민할 것도 없이 전자입니다. 전통적인 그리스도교 가르침은 (적어도 아직까지는) 남성과 여성이 서로 사랑하여 결혼을 하는 것을 유일한 ‘자연적 혼인’으로 인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니까요. 저도 외골수 예수쟁이로서 이 대목에 대해 전혀 거부감 없이 인정하고 찬성합니다. 물론 시대가 흘러, 이것이 정말 그릇된 것이고 동성간의 사랑이 자연적일 수 있다는 어떤 신적 계시 혹은 교회가 놀라운 신학적 통찰 후 그러하다 발표 한다면 또 모르겠습니다만, 어쨌거나 저도 ‘죄냐 아니냐’에 대해서는 보수적 입장을 취하는 바입니다.

 

‘그리스도교가 죄라면 그것이 죄냐?’

동성혼이 죄가 아니라 여기는 사람도 있겠지만,​ 적어도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을 따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만큼은 교회가 죄라고 정하였으면 죄라고 받아들입니다. 저는 이 부분에 대해 교회의 가르침을 분명히 알아야 하는 것이 첫째로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물론 이것을 인정하느냐 하지 않느냐-하는 개인적 신념은 별개로 이를 죄가 아니라고 여기는 입장에 대한 존중도 필요하며, 이를 죄라고 여기는 것 또한 종교적 신념으로서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종교적 신념도 개인에게는 매우 중요한 것이니까요.

 

‘동성애가 죄면, 동성애자는 죄인이냐?’

저는 이 부분에 대해 단죄와 비난을 행하기 앞서 좀 더 다양한 각도로서의 시각과 신앙적 성찰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동성애가 죄냐 아니냐에 대한 논의와 별개로, 그 상태에 있는 이들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것인데요. 저는 이 부분에 있어서 다른 죄를 바라보는 신앙적 태도를 가져오고 싶습니다. 예컨데, 동성애는 극하게 반대하면서 혼전 성관계, 피임, 낙태, 간음.. 이런 죄들에 대해서는 암묵적으로 묵인하거나 관용을 베푸는 것은 아닌가 말이지요. 교회 가르침으로 동성애는 죄가 맞습니다. 동시에 부부가 아닌 관계에서의 성관계는 물론 피임, 낙태 모두 죄입니다. 물론, 죄의 경중이라는 것이 있기는 하겠지만요.

 

‘동성애를 죽일듯이 바라보는 시선, 다른 죄인에 대해서도 그러한가?’

앞서 저는 동성애가 죄라는 것에 보수적 입장을 취한다 했습니다. 동시에, 혼전 성관계나 피임, 낙태, 간음 또한 죄라고 단호하게 받아들입니다. 그렇기에 동성애자도 죄인이고 혼전 성관계, 간음, 낙태, 피임을 하는 이들도 죄인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넓은 의미에서 우리는 모두 죄인입니다. 하느님의 자비와 용서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니까요. 하지만 죄의 경중에 대해 바라보는 시각이 다소 편향적이거나 지나치게 주관적이고 유동적인건 문제라고 봅니다.

동성애는 혼전 성관계, 피임, 낙태와 같은 죄에 비해 상대적으로 빈도수가 적습니다. 그만큼 나와 내 주변에 관련되는 경우가 드물지요. 그렇기에 더 거리가 멀게 느껴지고 그래서 더 나쁘게 바라볼 수 있는 듯 합니다. 우리는 ‘거짓말’이 잘못인 것을 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거짓말을 하는 사람에 대해 죽일 듯이 바라보진 않습니다. 왜냐하면 나 자신도 그 죄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겠죠. 거짓말은 누구나 쉽게 범하는 지극히 일반적인 죄 중에 하나일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관대해지기도 쉽습니다. 나도 너도 다 같이 짓는 쉬운 죄니까, 서로 이해하기도 쉽습니다.

마찬가지로 혼전 성관계나 피임 등은 요즘 시대에 ‘큰 잘못’으로 인식되지 않습니다. 교회는 죄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신앙인들 사이에서도 흔히 일어나는 일이거든요. 나 혹은 내 주변에 이와 관련된 사람을 만나는건 크게 어렵지 않은 시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해도가 다소 높은 편이고 관대해지기 쉽겠죠. 나와 내 주변에서 일어난 죄를 단죄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스스로를 때리고 싶진 않을테니까요.

 

‘흔하지 않다고 반드시 더 나쁘게 봐서는 안된다.’

솔직히 주변에 (아는) 동성애자가 있는 경우는 드물겁니다. 당연 동성애자에 대한 경험이나 이해도 부족하겠죠. 그러니 이를 단죄할 때 오는 죄책감도 상대적으로 덜 할 겁니다. 나와 거리가 머니까요. 상대적으로 경험이 적고 이해도가 낮고, 게다가 흔치않고 자연스러운 경우로 볼 수 없는 상태이니 혐오하는 경우도 더 많을테죠. 하지만 동성애에 대한 단죄가 있다면, 혼전 성관계, 피임, 낙태에 대한 단죄의 수준도 같아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동성애자는 죄인인가요? 맞습니다. 피임은요? 낙태는요? 결혼 전 성관계를 한 사람은요? 네, 모두 죄인입니다.

낙태, 피임, 성관계는 단기적 행위이기 때문에 중단하면 죄의 상태에 머무는 것은 아니겠죠. 반면에 동성애자는 동성애 관계를 멈추지 않는 이상 계속 죄의 상태에 머무는 것이 되므로, 경우가 다르다고 주장할 수도 있겠네요. 그렇다면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가톨릭 교회법상 이혼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별거 상태로 인식하는 거죠. 그런데 누군가 사회법적 이혼 후 재혼을 했다면요? 그 상태는 교회법적으로 간음과 같은 상태입니다. 결혼을 했지만 별거 중인 사람이, 다른 사람과 동침하는 것이니까요. 이 경우는 ‘지속되는 죄의 상태’에 머무는 것이 됩니다. 흔히 말하는 ‘조당’ 상태에 있는 재혼한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각은 어떤가요? 물론, 유교적 영향도 있고하니 곱지 않게 보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 우리는 그들을 도와주려고 합니다. 즉, ‘너는 간음이야! 죄의 상태가 있어! 죄인이라고!’라고 대놓고 단죄하고 혐오하며 죽일듯 덤비진 않습니다. 내 일이거나 내 가족, 내 친구의 상태일 수 있거든요. 그들을 이해하려 한다거나, 이해는 못해도 죽일듯 덤비지는 않습니다.

 

‘동성애자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는가?’

사실, 교회는 사회보다 많이 느립니다. 전 개인적으로 그게 맞다고 봅니다. 교회가 사회에 반대하던 일이 때론 사회가 옳았고 그것을 훗날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도 했습니다. 반대로 사회가 주장한 것이 틀렸고 교회가 지켰던 것이 옳았던 경우도 많았고요. 교회는 천천히 판단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교회가 동성애에 대한 입장과 결정을 서둘러 고민할 건 아니라고 봅니다. 하지만 동성애 상태에 있는 이들을 대하는 태도는 죄를 다루는 것과 별개여야 한다고 보기에, 깊은 관심과 사목적 방향을 더 심도 있게 연구할 필요는 분명히 있다고 봅니다.

예컨대, 혼전 성관계, 낙태, 피임을 지속적으로 하는 사람이라고 해서(물론 그 상태를 쉽게 알지는 못하겠지만) 교회가 문전박대하지 않듯이, 동성애 상태에 있는 이들에 대해서도 같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을 대하는 것과 죄를 대하는 태도는 달라야 한다는 것이죠. 물론 본인들의 죄를 교회 공동체 일원에게 전달하는 것은 금해야 하고 이 경우는 조치가 필요하겠죠. 그런데 애초에 동성애자이기 때문에 ‘위험하다’며 입구에서 거부한다는 건, 혼전 성관계를 하는 사람을 거부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겁니다. 동성애자가 교회에 온다고 동성애가 교회에 퍼질거라 염려한다면, 미혼인데 성관계를 쉽게 하는 사람이 교회에 오면 죄다 순결을 빼앗아 갈거라 염려하는 것과 같지 않나요?

물론, 동성애자들에 대해 어떤 태도와 시각을 갖고 대해야 하는지는 앞으로 함께 열심히 고민해야 할 숙제라고 봅니다. 불과 십수년 전만해도 이혼 후 재혼한 사람은 손가락질 받으며 교회에서 거절당하곤 했습니다. 물론 지금도 곱지 못한 시선은 있지만 죽일듯 바라보지 않는 것처럼, 동성애자에 대해서도 죽일듯 바라봐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어젯밤 부인과 동침하면서 피임한 사람을 알게되었다해서 그들을 죽일듯 덤비는 사람은 없을테니까요.

 

‘죄에 대해 관대하지 말자.’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저는 동성애는 온전하지 못한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혼전 성관계도 잘못된 것이며, 피임이나 낙태도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것은 그래도 이해가 되는데 동성애는 좀 아니다!’가 아니라, 동성애도 잘못이고 혼전 성관계도 잘못이고 피임이나 낙태도 모두 잘못인 겁니다. 동성애를 향해 분노하는 마음이 있다면, 혼전 성관계나 피임, 낙태를 향해서도 분노했으면 합니다. 사회의 불의에 대한 분노, 그리고 ‘더 사랑하지 못하는’ 나 자신에 대한 분노 말입니다.

피임과 낙태에 대해 분노하는 마음은 있지만, 내 주변, 내 가족 중에 이를 자연스럽게 행하는 이들이 있어 대놓고 비난하거나 손가락질 하기가 불편할 수 있듯이, 동성애에 대해서도 같은 입장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뉴스에서 아동 성추행에 대한 기사를 보면 분노하면서, 성직자의 아동 성추행 문제에는 불편하지만 침묵하거나 이해하려는 태도가 있는 건 아닌가요? 공금을 횡령한 정치인에 대해선 욕을 하지만, 교회 재정을 허투로 사용한 성직자에 대해선 악마의 유혹일거라며 ‘덜 혼내는’ 태도처럼 말입니다. 무엇이 잘못이라면 우리는 같은 기준을 가지고 바라봐야 하며, 그 시각의 지향점은 그들을 사랑으로 회복시키는 것이 목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죄에 대해 그것이 죄라는 것은 인정하되, 그 죄의 상태에 있는 사람이 내 가족일 경우 칼을 들고 비난하기 보다는 어떻게 해야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충언하겠죠? 내 친구가 혼전 성관계를 한다고 해서 찾아가 단죄하며 혐오하진 않을 겁니다. 제가 이야기하는 것은 동성애를 인정하고 허용하며 받아들이자는 입장이 아닙니다. 어느 하나의 죄에 대해 지나치게 격분하며 비난하는 태도보다, 균형잡힌 시각으로 죄를 다루되 그 고민의 지향점을 올바로 설정하자는 것입니다. 내가 하면 로멘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처럼, 나와 거리가 멀수록 관대함도 멀어지는 것이야말로 큰 유혹이 아닐까요. 죄를 대하는 태도와 그 상태에 있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일관성과 균형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동성애를 무조건 이해하라는 게 아니라.. 모든 죄에 똑같이 분노하고, 모든 죄의 상태에 있는 이들을 어떻게 사랑할지 고민할 수 있는 그런 분위기였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