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밤은 감사한 밤이었습니다. 알만한 분들은 다 알지만, 저는 겸손한 사람도 아니고 잘난 사람도 아닙니다. 게다가 참 못나게도, 자기 어필도 잘 하는 타입이 아닙니다. 사실 종종 이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참 어려워요. 조금만 어필하면 좋은 이미지와 인정을 받을 수 있을것도 같은데 그걸 못해서 조용히 묻혀버릴 때도 많습니다.
저는 잘난척도 좋아하지 않습니다. 물론 장난으로는 꼴깝을 떨기는 하지만요. 잘난척을 하지 않는 것도, 겸손해서 그런건 아니고 그저 그런 모습이 재수 없어 보이기 때문에 안하는 것 뿐입니다. 내 눈에 재수 없는 일을 스스로 할만한 용기는 없거든요. 그리고 적당히 이런 저런 일들을 해낼 수 있으면서도 ‘제가 할 수 있어요!’하고 잘 나서지 않는데, 이것도 겸손하거나 속이 깊어서가 아니라 굳이 왜 그래야하는지 명분도 없을뿐더러 그냥 귀찮아서 안하는 것 뿐입니다.
이러한 것들은, 결코 제 성품이나 인성이 좋아서 혹은 성실하거나 겸손해서 그러는게 아닌데, 때로는 사람들 눈에 제가 그런 이미지로 보이는지 오해를 받곤 합니다. 그럴때면 그런 나 자신이 참 재수 없어 보이면서 동시에 굉장히 미안해집니다. 사람 잘못 봤으니까요.
그런데 어젯밤은, 그저 귀찮고 재수 없다는 이유로 나 자신을 드러내기 꺼려하는 저에게, 나를 알기 위해 다가와 주고 또 진심으로 따뜻한 마음을 보여준 어느 분의 나눔 때문에 감사하고 또 따뜻했습니다.
의레 괜찮은 사람일거라고 가볍게 판단해버리는 사람을 저는 반기지 않는다. 자주 만나거나 오래 알고 지낸 것도 아니고, 잘 아는 사이도 아닌데 긍정이든 부정이든 쉽게 판단하는 것은 섣부르다고 생각하니까요. 하지만 어떠한 판단을 전제하지 않고, 단지 알고자 하는 마음에 다가오는 것, 저는 그것이 ‘진짜 관계’의 시작이라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제, 오랜만에 그런 걸음을 느꼈습니다. 저를 향한 그 한 걸음이 참 고맙고 반가웠습니다. 그래서 어젯밤은 참 감사하고 기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