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그릇싸움

그러자 젊을 때부터 모세의 시종으로 일해 온, 눈의 아들 여호수아가 말하였다.
“저의 주인이신 모세님, 그들을 말리셔야 합니다.”
민수 11,28
오늘 복음 속 제자들도 그렇고, 모세의 제자인 여호수아도 그렇고,
스승의 활동과 비슷한 일을 하는 무리에 경계하는 태도를 취합니다.
일종의 ‘밥그릇’ 싸움처럼,
영역을 침범 당하는 것이 달갑지 않은 모양입니다.
하지만 참된 주님의 일꾼은,
내 밥그릇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나라가 확장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깁니다.
모두가 예언자가 되길 바란다는 모세처럼,
주님의 이름으로 마귀를 쫓고 기적을 일으키는 예수님처럼,
내가 하는 일을 다른 이들이 하더라도,
그것이 하느님께 영광이 되고
하느님 나라를 위한 일이라면
너무나도 기쁜 일인 것이죠.
이게 참 당연한 이론인데,
정작 내가 이런 상황의 중심에 있으면
‘이론은 이론일뿐’이 되곤 합니다.
함께 하는 이들이 많아져서 잘 된 것 같은데,
뭔가 내 자리가 좁아지는 것 같은 서글픈 마음이 들곤 하니까요.
그럴 때마다 영혼을 성찰해 보면
내 안의 가라지들이 겁나게 드러납니다.
사람들에게서 받는 관심과 좋은 말들..
일에서 오는 자기만족,
현실적인 생계..(real 밥그릇)..
..이러한 것들이 줄어드는 것이
유쾌하지가 않은 겁니다.
그러니 참 다행입니다.
차라리 밥그릇이 줄어들어 굶게 되고,
인정과 관심이 떨어져 존재감이 없어지면..
그때서야 하느님을 온전히 더 바라보게 되니까요.
그분 말고는 의지할 곳이 없게 됩니다.
그래서 그 편이 훨씬 나은 것이죠.
밥그릇을 챙기고, 관심을 구걸하고, 자기만족을 추구하다가
그 모든 것을 배불리 소유하고 짐승처럼 사는 것보다,
비움으로 인해 하느님을 가득 채우는 삶이 됩니다.
네 손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잘라 버려라.
두 손을 가지고 지옥에, 그 꺼지지 않는 불에 들어가는 것보다,
불구자로 생명에 들어가는 편이 낫다.
(마르 9,43)
시기와 질투가 나를 지옥으로 끌고 가느니,
불만족을 하느님으로 채우는 편이 낫지 않겠습니까?
……라고 이리 그럴싸하게 씨부려대지만,
최근 저의 배는 겁나게 충만합니다.
결론,
배부름이 뭔지 모르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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